지역 부모들에게 문 열었더니… 교회 문 안이 꽉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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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부모들에게 문 열었더니… 교회 문 안이 꽉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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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번 시내버스 종점인 서울 성동구 옥수동 언덕길. 10일 신축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선 이곳에 주민센터처럼 보이는 5층짜리 옥수동루터교회(김경회 목사)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교회 1층 매봉도담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노랫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교회는 2015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5년간 1층 90평 공간을 성동구에 무상으로 빌려줘 어린이집이 들어설 수 있게 했다. 갈수록 자녀 양육이 힘들다는 이유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교회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지역 주민들의 자녀 양육을 돕고 있는 셈이다. 

이날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2015년 재건축 이후 남는 공간을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싶어 무상 임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많은 주민이 이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학부모들은 종종 ‘어린이집에 등록하려면 교회에 다녀야 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하며 교회를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는 어린이집의 교육 방침에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나 교사들에게도 교회에 다니라고 전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어린이집 건물에 교회가 세를 든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 조민희 원장은 “교회에서 행사하는데 올라와서 조용히 해달라고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오히려 어린이집 행사로 큰 공간이 필요할 때 교회를 내어주며 돕고 있다. 교회 2∼3층에는 책과 놀이기구를 둔 키즈카페도 만들었다. 자연스레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학부모 A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찾아 놀기에 좋다”며 “교회에 다니진 않지만 교회 안에 관공서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옥상에 수십명이 뛰어놀 수 있는 수영장도 만들어 무료로 개방했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한 가정이 그 길로 교회에 등록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1층 작은 공간은 커피머신을 들여와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기도공간과 모임 장소, 화장실도 항상 열려있다. 

김 목사는 어린이집의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직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국가에 임대하는 방안 등을 생각 중이다. 요즘에는 방과 후 교육을 맡는 탁아소를 만드는 구상도 하고 있다. 오후 4시쯤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맞벌이 부부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40년 전만 해도 수도관에서 오물이 올라오던 이 지역은 2015년 재개발을 거치며 2000세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고 자연스레 신혼부부들이 찾는 동네가 됐다. 재개발로 기존 성도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자 1967년 창립된 교회 성도 수는 2016년 6월 김 목사가 부임할 당시 30여명에 불과했다. 

김 목사는 부임 후 교회를 적극적으로 개방했고 신혼부부들에게는 ‘쉼’을 강조하며 성도 수를 138명으로 4배 넘게 늘렸다. 젊은 부부는 애찬 당번에서 제외했고 영유아반 예배도 주일 오전 9시가 아닌 점심 이후로 옮겼다. 부부들이 주일 오후 아이를 맡긴 채 휴식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김 목사는 “직장과 육아로 지친 이들에게 주일만큼은 쉼이 필요하다”며 “주일 교회에서 안식할 수 있으면 치유와 회복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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