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개조하는가?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사람들의 생각을 개조하는가?
나치들을 도운 의사들과 히로시마 원자 폭탄 폭격 생존자 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겸 작가 로버트 제이 리프턴(Robert Jay Lifton, 이하 리프턴)은 그의 대표작 Thought Reform and the Psychology of Totalism: A Study of ‘brainwashing’ in China(필자 역: 사상 개조와 전체주의의 심리: 중국의 세뇌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의 사상을 개조하는 방법을 정리한 바 있다.
Thought Reform and the Psychology of Totalism은 중국의 강제 수용소에서 사상 개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 25명과 서양인 15명을 면담한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중국 정부가 사용한 세뇌의 방법과 과정을 밝히고 있다.
리프턴은 이 책에서 사상을 개조하는 데 사용된 중요한 여덟 가지 방법을 나열했다.
1. 통제
2. 신격화
3. 순수성 요구
4. 자기비판
5. 성스러운 과학으로서의 의심하지 않는 이념 정립
6. 언어통제
7. 개인보다 높은 위치의 이념
8. 생존 불허
일본의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는 그의 저서 『심리 조작의 비밀』에서 리프턴이 밝힌 내용들이 파시즘이나 사이비 종교와 매우 유사하다며, “리프턴이 이 책에서 경고한 일은 비인도적이고 획일적인 심리 조작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 뒤 수많은 컬트(필자 주: 사이비) 종교에서 재현되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오카다 다카시의 말처럼 리프턴이 나열한 여덟 가지는 사이비 종교의 특징과 일치한다.
통제
리프턴은 유일한 정치적 도그마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사상 개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정보, 사람과의 접촉을 통제한다고 말한다. 온·오프라인을 통제하는 일은 사이비 종교의 구습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을 선악과라 지칭하고 영이 죽는다는 말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육신의 가족보다 영의 가족이 소중하다며 가족 간의 관계 혹은 지인들과의 관계를 끊도록 유도한다. 더 나아가 집단생활을 종용함으로 외부와 차단시킨다. 신도들은 터널 비전 혹은 터널 시선(필자 주: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한 가지 외에 다른 것을 보지 못할 때 사용되는 심리학 용어) 현상에 빠지게 된다.
신격화
전체주의는 체재 혹은 지도자를 신격화해 신비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모든 사이비 종교도 마찬가지다. 교주는 신격화의 대상이다. 신 혹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사람을 신격화에서 시키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단계는 신비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전체주의의 사상 개조 과정에서도 신비한 인물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이비 종교도 똑같다. 사이비 종교의 성경공부 과정의 핵심은 교주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선생님, 특별한 분, 계시자, 사명자, 시대의 구원자 등으로 대상을 격상 시키며 신비한 존재로 부각시킨 후, 세뇌가 마무리되었을 때 교주를 드러낸다. 한 사이비 종교의 탈퇴자는 “선생님이 있다는 이야기만 몇 달을 들었다. 그가 너를 알고 있으며 때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순수성 요구
리프턴에 따르면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주입해 완전한 선과 완전한 악만 존재하도록 믿게 한다. 완전한 선은 자신들의 체제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사이비 종교가 존립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다. 선한 자신들을 대적하는 모든 것을 악으로 규정한다. 자신들로부터 구원과 영생을 찬탈하려는 악을 싸잡아 성경을 빌어 ‘마귀(혹은 사단)’라고 표현한다. 이를 가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자기비판
자기비판은 자신을 성찰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사상 개조에서 자기비판은 불순한 자신을 정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끊임없는 자기비판을 통해 자신이 죄 많은 존재라고 인식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선의 궁극이라고 규정된 체제에 순응하게 된다. ‘죄책감’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는 교주밖에 없다고 세뇌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 역시 자기비판이라는 도구를 과도하게 사용한다.
성스러운 과학으로서의 의심하지 않는 이념 정립
리프턴은 사상의 개조를 위해 ‘이념’을 의심할 수 없는 성스러운 과학으로 격상시킨다고 말한다. 이념을 종교인 동시에 과학이 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신성한 과학이 된 이념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 된다. 심리 조작을 당한 사이비 종교 신도들에게 교주는 의심해서는 안 되는 맹신의 대상이 된다.
언어통제
사상 개조를 당한 사람들은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습관적,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특정한 언어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가치관을 조종당한다. 대부분의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체계를 가진다. 정통교회와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색다른 용어의 사용은 신도들에게 특별한 지식을 소유하거나 비밀을 깨달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사이비 신도들이 자신들이 믿는 교리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착각은 언어를 통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보다 높은 위치의 이념
사상 개조를 당한 이들에게 이념은 개인의 삶보다 훨씬 중요하다.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일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이루는 합치 보다 이념에 기초한 통제다. 사이비 종교는 많은 율법으로 개개인의 삶을 옥죈다. 통제를 위해서 공포심을 이용하기도 한다. 혹자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의 열정만큼은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들의 행위의 근원은 자유함이 아닌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신도들을 맹종하게 만드는 좋은 도구다.
생존 불허
이념에 완전히 일치한 사람에게 생명이 허락되고, 이념을 거부하는 자들은 처단(숙청 혹은 처형) 된다는 의미다. 중국은 사형 집형 유예 제도가 있다. 중국의 사법제도 중 하나로 사형선고 후 2년간 수형자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살펴 징역형으로 감형하는 제도다.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의 가르침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단체의 존립에 해가 되는 사건을 발생시킬 때 특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킨다. 지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시 적그리스도 혹은 멸망자, 대적자라고 지칭해 단체에서 축출한다. 신도들은 그를 영생에서 끊어진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오카다 다카시의 지적처럼 심리 조작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미리 알고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단 사이비는 교리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조믿음 발행인 jogogo@hanmail.net
출처 : 바른미디어 http://www.bami.kr/main/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