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하나님 아버지’
‘당신’이라는 말은 인칭에 따라 존대어가 되기도 하고 하대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라는 말을 대화의 상대자인 2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쓰면 웃어른을 높여 부르는 말이 된다. 구어체가 아닌 3인칭 문어체로서 당신은 시적인 의미를 더해 사람이 아닌 ‘국가’ ‘민족’을 존중하고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2인칭 구어체로서의 당신은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2인칭 대명사’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직접적인 대상이시기에 제3자가 될 수 없다. 만약 부모와 대화할 때 “아버지 당신이…”라고 말한다면 대단히 버릇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도 가운데 “하나님, 당신께서…”라는 말을 쓴다면, ‘∼께서’라는 존칭 조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결코 존대어가 될 수 없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을 당신이라고 표현해선 안된다.
당신이라는 말 외에 한국어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이다. 우리나라 말은 명사 두 개가 겹치면 앞의 명사가 뒤 명사의 자격을 부여하거나 소유격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명동 거리’라는 말은 ‘명동의 거리’라는 뜻이다. 같은 맥락으로 ‘홍길동 아버지’는 ‘홍길동의 아버지’라는 의미이다. 그럼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을 살펴보자. ‘하나님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하나님 아버지’라고 써 왔지만 문법적으로 어색한 말이다.
두 개의 명사가 겹쳐서 사용될 때는 소유격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자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만약 ‘아버지 홍길동’이라고 쓴다면 이 말은 ‘아버지의 홍길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홍길동’이라는 의미이다. ‘하나님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 하나님’이라고 쓴다면 귀에 익숙지 않아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릴 수 있으나 ‘아버지이신 하나님’이라는 뜻이 된다. 오히려 한국어 문법에 맞는 말이다.
외래어이고 일본어의 잔재이기에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에 없을 것 같지만 등재되어 있는 ‘테레비’처럼 언어는 생성, 진화, 소멸의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때로는 문법이나 출처와 상관없이 사용의 빈도수에 따라 표준어로 탄생된다. ‘하나님 아버지’ 또한 한국어 어법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 이미 수정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른 용어와 우리말 어법에 맞는 말의 사용은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야 할 자성의 모습이다.
이상윤 목사(한세대 외래교수)
출처 : 국민일보
http://m.kmib.co.kr/view.asp?arcid=0924023093&code=23111113&sid1=chr#kmib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