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교회, TV설교처럼 대중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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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교회, TV설교처럼 대중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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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소토 목사가 설립한 가상현실(VR) 교회의 예배 모습.
예배에 참석한 아바타 신도가 VR교회 예배공간에서 설교를 듣고 있다.
VR 교회 제공

 
 

美 목사, 대형교회 지교회 그만두고 개척 “무신론자도 찾아와 가능성 확인”
 

사는 곳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시간 한 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성경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성경 구절은 물론,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가 동시에 뜬다. 시편 23편을 검색하면 화면에 성경구절이 뜨면서 푸른 초장으로 배경이 바뀌는 식이다. 예배가 끝나면 성도들이 일일이 인사하고 설교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이 광경은 미국의 목사 D.J. 소토가 구현한 ‘가상현실(VR) 교회’의 예배 모습이다. 미국 IT잡지 ‘와이어드(Wired)’는 지난 2일 소토 목사가 가상현실에 교회를 세운 이유를 담은 ‘이 목사는 VR 교회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2016년 가상현실을 처음 접한 소토 목사는 목회 중이던 펜실베이니아주 리딩 지역의 한 대형교회 지교회를 그만두고 10여 개월 뒤 가상 교회를 세웠다. ‘죄인, 괴짜, 장애인 등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를 포용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는 본인의 평소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가상현실 예배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많으면 12명이 오기도 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VR 교회에서 가능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소토 목사는 “그간 단 한 번도 무신론자에게 설교해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VR 교회를 찾은 무신론자에게 ‘신성한 사랑’에 대한 말씀을 전한다”며 “이들은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개인 신앙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는 가상화폐로 헌금할 수 있는 교회도 등장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복음주의 교단인 인터내셔널크리스천펠로우십(ICF)의 대변인 니콜라스 레글러는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헌금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술 진보의 흐름에 한국교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내 신학자들은 신학적 논의가 더 필요하나 VR,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을 예배에 적용하는 데엔 긍정적이란 입장을 보였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교수는 “예배 형태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해 왔으므로 예배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설교가 TV 전파를 처음 탔을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예배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그는 “다음세대는 가상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 더 익숙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교회는 ‘AI 로봇이 설교를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등 최신 기술이 기존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신학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신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 교수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성도들은 목회자와 교감할 수 있고 자주 모여 교제하는 교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VR이 창조, 계시 등 이해하기 힘든 개념을 눈으로 보여주는 도구로서는 유용하나 기성 교회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볼 때 교회는 좀 더 인격적이고 생태적이며 공동체적인 특성을 가진 모임으로 변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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