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가 필요합니다.

사울과 헤어진 다윗이 스스로 마음에 생각하기를 유다 땅에 머물러 있으면서 사울에 의하여 죽는 것보다 블레셋 땅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즉시 그의 걸음을 옮겨 블레셋 땅으로 들어갑니다. 다윗 혼자만 간 것이 아니라 다윗의 두 아내를 비롯하여 육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갑니다. 다윗이 블레셋 땅으로 들어가서 아기스 왕에게 “바라건대 내가 당신께 은혜를 입었다면 지방 성읍 가운데 한 곳을 내게 주어 내가 살게 하소서 당신의 종이 어찌 당신과 함께 왕도에 살리이까?”(삼상27:5)라고 그 땅의 왕 아기스에게 간절하게 부탁을 하니 그 날에 시글락을 다윗에서 주어 그 땅에서 1년 4개월을 머물게 됩니다.

삼상21장에서도 다윗은 한 번 가드 왕 아기스에게 도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는 아기스가 다윗을 받아주지 않아 블레셋 땅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스가 다윗을 순순히 받아주며 다윗에게 시글락 지역을 주면서 그 땅에 머물게 합니다. 다윗은 아기스에게 “내가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받아 줄 것은 요청합니다. 

여기 ‘은혜를 입었다면“의 의미는 다윗이 아기스에게 하는 정중한 요청으로 ”청컨대 아기스 왕이여, 당신이 만약에 나를 긍휼히 여기신다면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라는 의미입니다. 다윗은 아기스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하는데 지금 베풀어 주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나를 긍휼히 여긴다면 지금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 은혜를 베풀어 달라는 것은 그만큼 다윗의 마음이 절박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윗의 영적인 상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윗은 고통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신뢰하면서 하나님께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구하여 그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은혜를 구하는 대상이 하나님이 아닌 블레셋 땅의 일개 사람, 눈에 보이는 왕에게 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다윗이 영적으로 탈진하고 믿음이 나약해 지니 하나님에게 은혜를 구하기보다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다윗처럼 믿음이 흔들리고 영적으로 탈진하면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며 사람에게 매달리고 사람에게 은혜를 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다윗처럼 오랜 기간의 고난의 터널을 지나다 보면 영적으로 점점 탈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윗보다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기에 날마다 주님의 얼굴을 구하고 주님을 구하여 주님으로 채우며 주님이 베풀어 주시는 힘과 능력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은혜는 하나님이 베풀어 주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하게 나아갈 것이니라”(히4:16)고 말씀합니다. 날마다 생수를 구하고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면 하나님의 도움과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하며 오늘도 아버지의 풍성한 사랑과 은혜를 구합니다.

글, 이장우 목사

성남열방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