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만화 그리다 회심… 이제 복음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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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만화 그리다 회심… 이제 복음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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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집필한 최철규 작가 


만화로 복음을 증거하는 최철규(46·수원 더사랑의교회) 작가는 기독교의 대표 서적으로 꼽히는 ‘천로역정’을 6년간 작업한 끝에 최근 탈고했다. 9월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27일 경기도 용인 덕영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 성인만화를 그리며 세상의 가치관을 좇던 만화가였습니다.”


신실한 이미지를 상상했던 기자에게 최 작가는 뜻밖의 말부터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하나님을 만나 복음을 전하는 만화가가 됐을까.


최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91년 만화가 이현세씨의 제자로서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은 성인만화의 전성기였다. 최 작가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최우선 목표이다 보니 성인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영육이 피폐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모태신앙인이었지만 무늬만 기독교인일 뿐 성경 말씀을 믿지 않았다.


“성인만화로 많은 돈을 벌어 하루에 술값을 300만원까지 쓸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했어요. 하루에 담배 두 갑 반을 물고 살았죠. 화실에 환풍기가 두 대나 돌아갈 정도였어요.”


방탕한 생활을 완전히 청산한 건 98년 갑자기 폐 질환에 걸리면서다.


“피를 토해 병원에 갔더니 기흉이란 판정을 받았어요. 40일간 병원에 누워 있는데 폐에서 피와 고름이 섞여 나왔고 오른쪽 폐가 썩었다며 절개하자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수술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저 자신이 너무 초라했어요. 독실한 신자였던 새어머니의 권유로 종일 성경만 읽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고린도후서 13장 5절 말씀을 읽는데 순간 공포를 느꼈다. “믿음으로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는 말씀이 마음에 꽂힌 건 처음이었어요. 천국과 지옥을 믿게 됐는데, 죽음보다 하나님께 못 가는 게 더 두려웠어요. 저의 믿음 없음을 용서해 달라고 1시간 동안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면서 ‘내가 왜 이런 벌을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자 성인만화를 그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선하게 쓰지 않은 결과로 병을 얻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절박함으로 간절히 기도드린 후 많은 피를 쏟아냈다. 수술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의사가 폐를 찍은 X선 사진을 들고 뛰어왔다. 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믿지 못했다. 주치의는 “성경을 읽더니 하나님이 고쳐주신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게 됐다. 성인만화 작업을 중단했고 각종 예배와 성경공부 등에 참여하며 헌신했다. 술과 담배도 끊었다. 교회학교 공과 교재와 주보 등 기독교 관련 콘텐츠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별명은 ‘할렐루야 아멘’이다.


“하나님을 증거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제가 전도해서 목회자가 된 사람도 있어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의롭다 함을 얻은 게 너무 감사해서(갈 2:16) 딸 이름을 ‘의인’이라고 지었어요. 주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다짐이 담겨 있죠. 하나님은 제 믿음이 약한 걸 아시고 전도사 아내를 주셨답니다(웃음).”


천로역정을 집필하게 된 건 중학생 때 작고한 생모의 영향 때문이다. 생모는 병상 가운데서도 성경과 천로역정을 늘 읽었다. 언젠가 천로역정을 그려야겠다는 소망을 안고 살았다.


천로역정을 그리면서 은혜만 있었던 건 아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손가락 부상 등 크고 작은 아픔이 많았다. 기독교 문화 콘텐츠를 최저 단가로 책정하는 바람에 전셋집을 빼고 2년마다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에서 원고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기도할 때마다 주님은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라올 수 있니’라고 물어보시는 듯했어요. 좁은 길을 걸으니 예수님밖에 자랑할 게 없습니다.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는 아내와 하늘의 상급을 두고 경쟁하고 있어요. 전 하늘의 상급을 사모하는 사람이거든요(웃음).”


최 작가는 천로역정이 크리스천의 삶을 인도하는 구원의 통로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가 기독교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문화 사역자 지원에도 힘썼으면 한다고 바랐다.


용인 / 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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