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렬 목사의 설교론 "설교 원고의 작성"
설교 초년병 후배들을 위한 내가 고민했던 설교 이야기
설교를 처음 시작할 때 고민하는 것은 설교원고를 어떻게 작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처음 습관을 잘못들이면 나중에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설교원고 작성은 처음부터 자신의 스타일을 잘 개발하여 자주 바꾸려하지 말고 평생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먼저 설교원고를 꼭 작성해야 하느냐? 의 문제이다. 나는 반드시 작성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나는 평생에 설교한 모든 원고를 가지고 있다. 가급적이면 풀원고를 작성하면 더 좋다. 그러나 풀원고는 보관용이지 강단사용용은 아니다. 일단 처음에는 풀원고를 작성하는 훈련을 하면 좋다. 토씨하나까지 ‘하였습니다. 합니까?’ 까지 철저하게 작성하는 것이다. 때로는 메모만 가지고 쉽게 설교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10년 20년 넘은 설교경력자의 할 일이지 초보 설교자가 흉내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풀원고를 작성하여 보관하면 나중에 얼마든지 재가공하여 사용할 수 있다. 상황과 청중이 바뀌면 같은 원고를 손질하여 사용하는 것은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탕도 보약이라 하지 않던가? 또 풀원고를 작성해 놓으면 나중에 자신의 설교를 반추하고 돌아보는데 유익하다. 메모로 한 설교는 그 메모지 날라가면 그만이다.
설교원고를 작성할 때는 이 설교를 교계신문에 발표한다거나 설교집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작성하시라. 몇 명 안되는 내 교회 교인들을 상대로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원고작성에 소홀할 수가 있다. 나는 그렇게 작성한 설교원고가 1,500-2,000편이 된다. 1시간 내로 원고청탁이 들어와도 언제나 즉시 설교원고를 보낼 수 있다. 그중에서 30-40편을 추려 가공하면 1-2주면 설교집 한권을 만들 수 있다. 완벽하게 작성된 설교원고는 그 설교자의 지적재산이다. 누가 빼앗아 가지 못하는 평생의 목회적 자산이다. 다른 여러 편법적인 소리에 귀 기울이자 말고 무조건 설교원교를 작성하시라. 요즘은 컴퓨터 파일로 보관하니 관리도 용이하지 않는가? 혹 신문사에서 설교원고를 부탁하면 작성된 원고 중에서 한편을 골라 가공하여 보내라. 신문사를 위한 새 원고를 작성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차라리 교인들을 위한 새 원고 작성에 사용하시라.
설교 원고를 100% 작성하면 참으로 유익한 점이 많다. 강단에서 절대로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없다. 설교시간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설교 전에 자신의 원고를 보면서 신학적,교리적 오류는 없는지 율법적 설교인지 복음적 설교인지 다시 살펴볼 수 있으며, 미흡만 부분은 얼마든지 수정, 보완, 가감, 삭제가 가능하다. 원고없이 설교하다가는 실수하면 되돌릴 길이 없다.
그런데 이제 100% 완벽한 문장으로 설교원고를 작성했다고 하지만 그 원고를 강단에서 직접 사용할 때는 문제가 생긴다. 처음부터 원고를 100% 읽기시작하면 그 설교시간은 죽을 쓸 가능성이 많다. 물론 원고를 읽기만 하는 것으로 큰 은혜를 끼치는 설교자도 있다. 그러나 그런 설교자는 천명 중에 한 명 있을까 말까하다. 한국의 유명 목회자중에 설교원고를 처음부터 100% 읽어제끼는 목사가 있다면 나도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원고를 읽는 것은 방송설교에는 최고이다. 그러나 교회 강단에서 원고를 그대로 읽었다가는 은혜는 반감한다. 왜냐하면 설교강단은 목소리만 전달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장감이 아주 종요하기 때문이다. 녹음된 설교를 틀어서는 현장감을 살릴 수 없듯이 원고를 읽기만 하여서는 설교원고에 함몰되어 현장감을 살릴 수 없다. 따라서 현장감과 은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고가 100% 없는 설교가 최고이다. 그러나 원고 없는 설교는 없다. 부흥사들이 부흥집회에서 원고 없이 현장감을 살려 설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설교는 이미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한 설교이므로 그 머릿속에 원고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종이에 옮겨 적지 않았을 뿐 머릿속에 원고가 있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머릿속에 완벽한 원고를 넣어놓고 실제로는 원고 없이 현장감을 살려 청중과 눈빛으로 대화하면서 하는 설교가 최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주 새로운 설교를 하는 입장에서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혹자는 원고를 100% 외운 후 원고 없이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다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교자에게는 매주일 20-30분간의 설교원고를 100% 암기할 능력이 없다. 또 암기한 설교를 외우고 있다는 인상을 청중에게 주면 그 설교의 기대감과 현장감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은혜를 끼치지 못하게 된다. 설교에는 청중과의 실시간 교감과 아이 컨택이 중요한데 원고를 읽거나 암기하면 그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100% 원고를 작성하는 것이 좋지만 현장감을 위해서는 원고가 없는 것이 최고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 하면 좋겠는가? 답은 설교메모이다. 처음에는 100% 문장으로 된 설교원고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료로서 보관한다. 그 다음에는 강단에 가지고 올라갈 메모원고를 만드는 것이다. 굳이 원고에 의하지 않아도 되는 성경말씀은 장절만 기록한다. 강단에서 성경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설교자가 원고에 의하지 않고도 100% 재현해 낼 수 있는 간증이나 예화내용은 제목만 기록해도 된다. 적용부분도 주제만 메모해서 설교강단의 현장에서 직접 응용하여도 된다. 이렇게 하면 100% 원고에서 20-30% 분량을 덜어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완벽한 문장으로 표현된 것을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축약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 예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셨습니다. (100% 문장)
- J 세상을 이처럼 사랑. (20-30% 덜어낸 문장)
와 같은 방식이다. 나중에는 이력이 붙으면 50%, 60%, 70%까지 덜어내도 처음 의도한 100% 문장으로 재현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완벽한 문장으로 된 원고를 100으로 친다면 가급적 70-80 선에서 메모 원고를 유지하려고 한다. 물론 자신있거나 원고를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 또는 10분 이내의 간략한 설교는 머릿속에 메모를 한 다음 원고없이 설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간단한 설교라도 최소한 머릿속에라도 반드시 메모를 기억해가지고 강단에 오른다는 점이다.
이렇게 훈련하다보면 나중에는 100% 완전문장으로 된 원고를 작성하지 않고 처음부터 70-80정도의 메모원고를 작성하면 된다. 이 70-80%의 메모형식으로 작성된 원고를 가지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100% 완벽한 문장의 설교문으로 변환할 수 있게 된다. 원고를 쓰되 원고에 매이지 않고 현장감을 최대한 살려 설교하는 것이 테크닉이라면 테크닉이다. ‘원고를 전부 쓰라. 그러나 원고가 없는 듯이 현장감을 살려 설교하시라.’ 이 이율배반적인 명제에는 메모가 해답이다. 자신이 없으면 100%원고 쪽으로 이동하고, 이력과 여유가 생기면 10% 메모쪽으로 이동하시라. 나의 경우는 40년을 설교했지만 아직도 70-80%의 메모 쪽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억지로 일부러 그 비율을 줄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완벽한 100% 원고 중에서 20-30%를 줄여도 그 빈공간 이상으로 성령님께서 기꺼이 도와주심을 믿기 때문이다.
출처: 이홍렬목사/루터교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