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가 축복하는 사람 - 이장우 목사
원수가 축복하는 사람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제일 힘든 것이 원수가 있는 것입니다. 원수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고 머리는 지근지근 아프고 혹시 길을 가다가 그 원수를 만날까봐 겁이 납니다. 혹여 생김새가 그 원수와 비슷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 인간 아닌가 하여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원수라면 꼴도 보기 싫고 입에서 저절로 저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 깨어진 관계, 원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울과 다윗과의 관계를 보면 알다가도 모를 일이 있습니다. 이해를 하려고 해도 때론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윗을 반드시 잡아서 죽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윗을 찾던 사울의 태도가 갑자기 바뀝니다. 입으로 저주를 퍼부어야 할 사람이 다윗을 향하여 축복을 빌어주는 일이 발생합니다. 동굴에서 나온 사울이 다윗을 향하여 “네가 오늘 내게 행한 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네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 보라 나는 네가 반드시 왕이 될 것을 알고 이스라엘 나라가 네 손에 견고히 설 것을 아노니”(삼상24:19,20)라고 다윗에게 복을 빌어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원수로 여겼던 사울로부터 축복을 받고 있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울은 자신이 원수로 여겼던 다윗을 향하여 ‘여호와께서 네게 선으로 갚으시기를 원하노라’고 축복을 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에 악에 대해서 선으로 갚은 다윗을 칭찬하더니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윗을 축복합니다. 사울은 다윗에게 하나님의 완전한 보상이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시모를 모시고 모압에서 베들레헴으로 올라온 룻이 시모를 위하여 보리 이삭을 주우러 왔을 때 보아스는 룻에게 “여호와께서 당신이 한 일을 갚아 주실 것이오. 작은 새가 자기 어미 날개 아래로 피하듯이 당신이 여호와께 왔으니, 이스라엘의 주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넉넉히 갚아 주실 것이오.”라고 복을 빌어줍니다.
사울은 자신을 학대하는 자에게 선을 베푼 다윗에게 하나님께서 완전한 보상으로 갚아주시기를 축복하고 있습니다. 선으로 갚아주시기를 원한다는 것은 다윗이 사울에게 선한 길을 열어주고 제공했던 것처럼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가장 좋은 선을 길을 열어주시고 선한 길로 완성시켜 주시기를 축복하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은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사울은 다윗에게 ‘나는 네가 반드시 왕이 될 것을 알고’라고 말하고 있는데 사울이 이제야 비로소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될 것을 알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사울은 다윗이 이스라엘에 왕이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울이 다윗의 왕권을 자발적으로 마음으로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사울은 아들 요나단에게 이새의 아들이 땅에 사는 동안은 너와 네 나라가 든든히 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윗을 향하여 이스라엘 나라가 네 손, 다윗의 손에서 견고하게 세워질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사울은 다윗의 손에 의해서 이스라엘이 견고하게 세워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윗의 손은 어떤 손입니까? 다윗의 손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손입니다. 다윗의 손은 악을 선으로 갚는 의로운 손입니다. 다윗의 손은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기름부음을 받은 종을 손을 들어 해하지 않는 선을 베푸는 손입니다. 그러기에 다윗의 손 안에서 이스라엘이 세워질 것을 축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윗은 원수 사울에게 축복을 받는 사람입니다. 사울이 다윗을 아무런 이유 없이 축복을 빌어준 것이 아니라 “네가 오늘 내게 행한 선한 일로 말미암아” 축복한 것입니다. 원수를 축복한 사울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원수에게 축복 받을만한 선을 행한 다윗이 위대한 것입니다. 다윗이 원수에게 선을 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선하신 하나님이 다윗 안에 계셔 일하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원수에게 축복을 받는 사람이 되려면 선하신 예수님이 내 안에 계셔서 그분이 나로 하여금 원수에게 선을 베풀 수 있도록 마음을 주실 때 가능한 것입니다. 주님이 부어주시는 주님의 마음으로 주님을 나타내는 선을 행하며 살 때 원수로부터 축복받을 수 있는 예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글, 이장우 목사
성남열방교회 담임